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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 진심 합심] 감독의 소통과 투수의 고집

지금까지 이런 대화는 없었습니다. 감독이 결정을 발표했는데 선수가 그렇지 않다고 말한 겁니다. 한국 야구에서 감독의 판단에 대해 선수가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LG 염경엽 감독과 마무리 투수 고우석 선수 이야기 입니다. 고 선수가 최근 경기에서 패전과 세이브의 롤러 코스터를 타자 염 감독님이 공 배합의 변화를 주문합니다. "선수의 강점은 속구다. 우석이가 변화구 욕심이 많다…속구를 바탕으로 피칭 디자인 하기로 했다…포수를 포함한 미팅에서 공 배합을 포수 중심으로 가져가기로 좋게 이야기를 끝냈다"고 미디어 인터뷰에서 밝힙니다. 감독은 "소통했다"고 말합니다.고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공 배합을 바꿨냐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슬라이더가 약하다는 감독님 말씀에 초구부터 끝까지 슬라이더만 던질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경기 나갈 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공 배합은 나중 문제로, 중요한 것은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선수는 "자신도 고집이 있다"고 말합니다. '진짜 소통'에 대해 좋은 공부거리를 찾았습니다. 야구팀 이야기지만 다양한 조직에서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 두루 살필 인사이트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새로운 관점과 의견 있으시면 coachjmoon 지메일으로 보내 주십니다.#솔직한, 그러나 불충분한 대화감독이 판단에 선수가 다른 부분을 말합니다. 권위적인 위계질서 아래서는 쉽지 않은 장면입니다. 서로에게 솔직한 모습에 주목합니다. 가감 없이 자기 의견을 오픈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관계라는 증거입니다. 상대 입장을 존중하고 있기에 가능합니다. 다른 팀이라면, 다른 선수였다면 어땠을까요. 염 감독님과 고 선수가 우리 야구판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야구에도 MZ 세대의 힘이 느껴집니다.그렇지만 충분하진 않았네요. 소통했다지만 선수는 답답한 심정이 남았습니다. "내가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길어 많이 못 보셔서 슬라이더가 약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라고 말한 부분입니다. 감독은 변화구 비율이 높은 것을 '선수의 욕심'이라고 표현했고, 선수는 이에 대해 더 해명하고 싶은 것으로 느껴집니다. 당시 미팅은 토론에 가깝지 않았을까 싶습니다.그런데 아십니까. 대화는 심정을 듣고 이해하는 쪽이고 토론에선 논리가 경쟁합니다. 토론으로 흐를 때 상대를 이기려는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앞에 있는 상대는 적이 아니라 같은 팀입니다. 목표는 이기는 방법을 함께 찾는 것입니다.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받아 들이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전략적인, 그러나 진단이 달랐다 앞으로 다른 팀 벤치, 다른 팀 타자의 계산이 복잡해 질 겁니다. 고 선수의 패턴이 이전과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정된 패턴은 쉽게 분석되고 공략당합니다. 강력한 팀 전력과 탄탄한 구성으로 선두를 지켜가는 LG 야구가 이번 이슈를 거치며 잠재적인 위험요소까지 점검, 대비하게 됐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이슈는 매우 전략적입니다.진단이 다른 부분은 좀 더 챙길 부분이 아닐까요. 감독은 공 배합, 선수는 밸런스에 널뛰기 피칭의 원인이 있다고 봤습니다. 원인 분석이 다르면 대처가 달라집니다. ‘고집’을 넘어 서로 ‘통’하려면 충분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놓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다양한 데이터와 관찰의 내용 등을 놓고 전문가로서 접근이 가능합니다.감독의 지시가 내려지면 일단 받아 들여야 합니다. 수정할 부분은 결과를 보고 다시 바꾸면 되고 책임은 감독이 집니다. 지시를 따르는 게 팀 퍼스트입니다. 그건 구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드림팀'의 작가 세인 스노(Shane Snow)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2019년 1~2월호에 실린 ‘일할 때 생산적으로 토론하는 법’에 소개한 내용입니다. "의견 불일치는 불편할 수 있지만 좋은 대화보다 진전을 이루고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더 많다…승자는 없고 우리가 진전을 이르면 팀이 이긴다…판단하지 말고 질문하고, 좋은 의도라고 가정하라…"*덧붙임= 고 선수가 "모든 공을 베스트로 구사하고 싶은 욕심"을 말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과거 테니스 스타 앤드리 애거시가 그와 비슷한 생각을 어떻게 바꿨는지 알려드리고 싶네요.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3.09.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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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투혼·QS 1위·마운드 리더, 고영표가 KT 에이스인 이유

KT 위즈 투수 고영표는 지난 1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2회 말 상대 타자 주성원이 친 강습 타구에 오른쪽 정강이를 맞고 쓰러진 것. 통증을 호소하던 고영표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곧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오른발을 붕대로 칭칭 감고 돌아온 그는 이후 5이닝을 더 소화하면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 팀의 9-0 승리를 이끌었다. ‘붕대 투혼’이었다. 경기 후 그는 연합뉴스를 비롯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발이 부은 상태다”라며 몸 상태가 온전치 않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통증은 있었지만 불펜 투수들에게 부담을 주긴 싫었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고영표가 타구에 발을 맞은 시점은 2회 2아웃. 예기치 못한 부상에 불펜이 준비도 안 된 시점에서 그가 내려갔다면 불펜이 온전히 7⅓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고영표는 불펜과 팀을 위해 통증을 참고 뛰었다. 이날 붕대 투혼과 함께 고영표는 시즌 13번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리그 공동 1위의 기록. 퀄리티스타트+(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11번째로 리그 단독 1위다. ‘고퀄스(고영표+퀄리티스타트)’라는 별명답게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고영표는 다승 공동 5위(8승), 평균자책점 5위(2.78), 최다 이닝 6위(103⅔이닝) 등 각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전반기를 마쳤다. 에이스다운 활약이었다. 하지만 고영표는 마운드 위에서만 빛나지 않는다. 강판 후에나 자신이 출전하지 않는 날엔 더그아웃에서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고영표가 후배 선수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어느덧 중계 카메라의 단골 앵글이 됐다. 엄상백과 소형준은 “공을 던지고 더그아웃에 돌아오면 (고)영표 형이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준다”라고 이야기했고, 같은 사이드암 이채호도 “긍정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라면서 고영표에게 고마워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영표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고영표가 중심을 잘 잡아준 덕에 KT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선발진이 안정을 찾았고, 선발이 탄탄하니 초반 대량실점이 줄어들면서 타선과 불펜의 뒷심도 강해졌다. 고영표 혼자의 힘은 아니지만, “고영표 덕분에 계산이 선다”는 이강철 KT 감독의 말대로 그가 중심을 잘 잡아준 덕에 KT도 뒷심을 발휘할 수 있었다. 6월 이후 KT의 역전승은 총 11차례로 리그 1위다. KT는 전반기를 7위로 마쳤지만, 4위 NC 다이노스와의 격차는 2.5경기밖에 나지 않는다. 후반기 대반격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상황. KT가 ‘에이스’ 고영표를 필두로 후반기 마법을 부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승재 기자 2023.07.1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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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6] 파울 확신했던 최주환 "소리 났다...기술 좋아져 속일 수도 없다"

"파울이니까 파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요즘은 중계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속일 수도 없다. 안 맞았는데 주장하면 창피하지 않나. 소리도 났다." 전날 파울 판정 논란에 휘말렸던 최주환(34·SSG 랜더스)은 전날 느꼈던 방망이의 감각을 여전히 확신했다. 최주환은 지난 7일 열린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5차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상대 선발 안우진의 노히트 행진을 깼고, 9회 말 무사 1루 기회에서 10구 승부 끝에 안타를 만들어 끝내기 스리런 홈런까지 이어지는 물꼬를 텄다. 그런데 이 10구 승부가 문제가 됐다. 최주환은 1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4구째 들어온 커브에 스윙했고 공은 원바운드로 포수 이지영의 미트에 들어갔다. 최주환은 파울을 주장했고, 구심도 파울이라 판단했다. 그러자 키움 벤치에서 헛스윙을 주장하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초고속 카메라를 통한 판독 상황이 중계 화면을 통해 나왔지만, 시각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1분여의 시간이 흘렀고, 판독 결과 원심이 유지됐다. 살아남은 최주환은 더 끈질기게 붙었고, 결국 안타를 신고해 이날 역전승까지 연결했다. 결정적인 승부처의 판단. 이 판정을 놓고 밤새 논란이 일었다. 최주환 본인도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는 "정말 파울이니까 파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요즘은 중계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속일 수도 없다. (방망이에) 안 맞았는데 맞았다고 주장하면 창피하지 않겠나. 공이 배트에 맞는 소리도 났고, 굴절 방향도 미세하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자들은 다 느낀다. 심판이 잘 봐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두산 베어스 시절 KS 단골이었던 최주환은 시리즈 초반 부진했다. 4경기 동안 8타수 무안타. 특히 4차전 9회 2사 만루 기회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물러났다. 그러나 5차전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KS 베테랑다운 힘을 다시 증명했다. 최주환은 "원래 단기전 동안에는 타율 계산을 안 했다. 번외 경기라고 생각하고 뛰는데 정규시즌 부진을 단기전으로 만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결과를 의식하게 됐던 것 같다"며 "5차전에서 마음을 내려놓고 쳐 좋은 결과가 나왔다. 6·7차전은 부담을 덜고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인천=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11.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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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스타]'특급 롱 릴리버' 오원석 "'무조건 막겠다'는 생각"

SSG 랜더스가 키움 히어로즈를 2위로 밀어내고 독주 체제를 이어갔다. 선발 투수가 무너진 상황에서 롱 릴리버로 나선 '전' 선발 투수 오원석이 호투했다 오원석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과의 주중 3연전 3차전에서 SSG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5와 3분의 1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며 SSG의 추격 발판을 만들었다. SSG는 3-5로 지고 있던 8회 초 공격에서 박성한의 2타점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상대 내야진이 흔들리며 1·3루를 만든 연장 3회도 박성한이 내야 땅볼로 타점을 올리며 6-5로 역전했다. 마무리 투수 서진용은 리드를 지켜냈다. 접전 승부 승리에 오원석이 큰 힘을 보탰다. SSG는 2-0으로 앞선 채 나선 1회 말 수비에서 선발 이태양이 급격히 흔들리며 3점을 내줬다. 오원석은 주자를 2·3루에 두고 상대한 김휘집과의 승부에서 폭투를 범하며 3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후 투구는 견고했다. 5회까지 1점도 내주지 않았다. 2-4, 1회 스코어가 이어진 6회 말, 선두 타자 야시엘 푸이그에게 솔로 홈런을 맞긴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사실상 선발 역할을 해냈다. 올 시즌 전반기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던 오원석은 후반기 첫 등판(7월 26일) 뒤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3선발급 투수 박종훈이 부상에서 돌아왔기 때문이다. 오원석은 7월 3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구원 등판한 뒤 3이닝을 소화하며 팀의 3-2 승리에 기여했다. 이날은 선발 투수가 무너진 상황에서 사령탑과 동료들이 '계산이 서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승리 '수훈 선수' 오원석은 "추가 점수를 주지 않고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중요한 경기에서 팀이 역전승하는 데 보탬이 돼 기분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척=안희수 기자 2022.08.0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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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확률 4%? 호주 오픈 정복한 나달의 기적

스페인의 테니스 영웅 라파엘 나달(36ㆍ세계랭킹 5위)이 호주 오픈 정상에 올랐다. 개인 통산 21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드라마 같은 역전승으로 장식했다.나달은 31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끝난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26ㆍ2위)와 풀세트 접전 끝에 3-2(2-6 6-7〈5-7〉 6-4 6-4 7-5)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호주 오픈을 석권하며 남자 단식 21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한 나달은 라이벌 로저 페더러(스위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ㆍ이상 통산 20회 우승)를 제치고 이 부문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경기 초반 나달은 패색이 짙었다. 메드베데프에게 1ㆍ2세트를 모두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1세트를 2-6으로 쉽게 내준데 이어 2세트마저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내주자 ‘끝났다’는 분위기가 코트 안팎을 감쌌다. 2세트 직후 대회 조직위원회가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계산한 메드베데프의 우승 확률은 96%. 나달의 희망은 4%에 불과했다.그 4%가 기적의 숫자가 됐다. 3세트를 6-4로 잡고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나달은 4세트마저 6-4로 따내 2-2 동률을 이뤘다. 앞서가다 따라잡혀 체력적ㆍ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메드베데프와 달리 나달의 노련미는 갈수록 빛났다. 5-5로 팽팽히 맞서 시작한 타이브레이크에서 6-5로 앞선 뒤 여세를 몰아 한 게임을 더 따내며 7-5로 세트를 마무리했다.5시간 24분에 이르는 대혈투를 승리로 장식한 나달은 경기 종료 직후 코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며 환히 웃은 그는 우승 상금 287만5000호주달러(24억원)도 함께 받았다.호주 오픈은 ‘조코비치의 독무대’로 여겨져왔다. 스무 번 우승하는 동안 9승을 호주 오픈에서 달성했다. 9차례 결승에 올라 모두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호주 오픈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상대적으로 나달은 호주 오픈에선 초라했다. 2009년 로저 페더러를 꺾고 단 한 차례 우승한 게 전부다. 이후 네 번 더 결승에 올랐지만 내리 준우승에 머물렀다.공교롭게도 이번 대회에는 테니스 레전드 세 선수 중 두 명이 나서지 못했다. 페더러는 무릎 부상 중이고, 조코비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 논란에 휘말리며 출전권을 잃었다. 나달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3년 만에 호주 오픈 우승 트로피를 탈환하며 감동의 드라마를 완성했다.라이벌들도 나달의 우승에 진심 어린 축하를 보냈다. 페더러는 자신의 SNS에 “내 친구이자 라이벌인 나달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나와 마찬가지로 목발을 짚고 있었다”면서 “그가 사상 최초로 21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이룬 데 대해 축하의 뜻을 전한다”고 썼다.백신 논란으로 출전 자격을 잃은 조코비치도 나달에게 박수를 보냈다. “올해 호주 오픈은 엄청났다”면서 “나달의 21번째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했다.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2022.01.3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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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축구가 미국에서 인기 없는 이유②

지난 칼럼에서 알아본 축구가 미국에서 인기를 못 얻는 이유는 3가지였다. 첫째, 축구는 시간 계산이 부정확하다. 둘째, 미국인들은 무승부로 끝나는 경기를 싫어한다. 셋째, 점수가 많이 나는 경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세계인이 제일 사랑하는 스포츠인 축구가 유독 미국에서는 그러한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본 칼럼에서 언급한 순서는 임의로 정한 것이다. 즉 순서가 앞에 있어도 더 중요한 이유는 아니라는 얘기다. 넷째, 축구는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큼 격렬하지 않다. 스포츠 관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신체적 접촉(physical contact)은 미국 스포츠 팬들에게 중요하다. 다시 말해 미국인들은 경기 중 선수들 간에 접촉이 많고, 과격한 경기를 좋아한다는 말이다. 공격성이 증가할수록 시청률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말해주듯이, 스포츠 팬들은 폭력에 대한 갈증이 있다. 미국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는 미식축구(NFL)는 덩치가 큰 선수들이 끊임없이 충돌한다. 몸을 부수는 것과 같은 강력한 태클에 팬들은 환호하고 즐거워한다. 격렬한 경기를 보면서 그들은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간접적으로 발산하는 것이다. 거친 몸싸움과 스피드로 유명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색다른 재미를 팬들에게 제공한다. 경기 중 자주 벌어지는 강한 바디체크로 자극받은 선수들은 종종 주먹다짐을 벌인다. 이러한 싸움은 부상당한 동료에 대한 보복, 팀의 단결, 경기 흐름의 전환, 상대방을 위협하기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반복하여 나타난다. NHL은 장갑을 벗어 던지고 합의하에 선수가 1대 1로 벌이는 맨 주먹질을 용인한다. 싸움이 시작되면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와 경기장 분위기는 한껏 올라간다. 심판은 선수가 위험에 빠지거나 빙판에 넘어질 경우, 혹은 주먹이 나오지 않고 시간만 끄는 경우 싸움을 중지시킨다. 주먹질에 가담한 선수는 단지 5분 퇴장 페널티만 부과된다. 하지만 넘어진 선수를 때리거나 스케이트 날 같은 위험한 도구를 이용한 경우에는 벌금 및 출장 정지 등의 징계가 내려진다. 마치 무슨 격투기 종목의 규칙 같지 않은가? 싸움을 근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많은 팬들이 이런 주먹다짐을 즐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싸움을 도맡는 인포서(enforcer)가 상대방 선수를 링크에 눕히면 관중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고 스타 대접을 해준다. 하키경기보다 주먹질이 더 재미있다는 팬들이 많은 곳이 바로 NHL이다. 야구팬들은 투수가 시속 100마일의 강속구를 타자 머리에 던지고, 이어 벌어질 벤치 클리어링으로 양 팀의 선수들이 모두 나와서 뒤엉키는 것을 기대한다. 나스카(NASCAR) 팬들은 자동차의 화려한 충돌에 열광한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포츠 중 하나가 치열한 격투로 인해 피가 낭자한 종합격투기(MMA)다. 이런 미국 스포츠 팬들에게 축구는 체스같이 밋밋하다. 액션도 부족하고, 점수도 조금 나고, 극적인 역전도 드문 축구는 미국인들 눈에 지루한 전술(예를 들면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0-0을 목표로 전원 수비만 하는 경우)을 가진 스포츠일 뿐이다. 다섯째, 공격적이고 피지컬한 스포츠 문화를 좋아하는 미국에서 작은 접촉에도(혹은 접촉이 전혀 없었는데도) 과장된 반응을 보이는 축구 선수는 남자답지 않은 겁쟁이로 보인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러한 행위를 시뮬레이션(simulation)이라 부르고, 미국에서는 흔히 플라핑(flopping)이라 칭한다. 플라핑 혹은 다이빙(diving)은 선수가 발레리나처럼 팔을 공중에 뻗고 넘어지는 속임 동작으로 심판의 파울 콜을 유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선수는 페널티 킥을 얻거나, 시간을 지연하고, 상대 선수에게 카드를 안길 목적으로, 혹은 동료 선수들의 휴식을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그라운드에 픽픽 쓰러진다. 플라핑은 축구에서 흔하다. 흥미로운 점은 문화에 따라 이러한 행동을 다르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영어 문화권은 선수의 과장된 행위를 ‘기만 행위(act of deception)’로 규정하지만 라틴 문화권은 이를 ‘기만의 예술(art of deception)’로 해석한다. 즉 누군가는 플라핑을 보고 격분하지만 이를 경기의 일부로 보는 문화권도 있다. 남유럽과 중남미 국가 출신 선수들은 확실히 플라핑에 능하고 이를 더 많이 시도한다. 2011년 미국의 스포츠 매체 블리처 리포트는 다이빙을 가장 잘하는 선수 15명을 선정했는데, 거의 항상 다이빙을 한다는 아르헨티나의 앙헬 디 마리아가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포르투갈의 호날두와 나니 그리고 브라질의 네이마르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며, 리스트의 73%를 남유럽과 중남미 국가 선수들이 장악했다. 미국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는 ‘와스프(WASP, 백인·앵글로색슨·개신교도)’는 엄격한 교육과 예의범절을 강조한다. 따라서 정직함이 중요한 미국 사회에서 축구의 플라핑은 스포츠맨십에서 벗어난 속임수일 뿐이다. 미국의 스포츠 팬들은 “연기가 보고 싶을 때는 경기장이 아니라 극장에 간다”고 항변한다. 축구는 ‘아름다운 경기(the beautiful game)’로 불린다. 하지만 그림 같은 장면을 종종 연출하며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아름다운 경기는 플라핑으로 인해 빛을 잃고 있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1.26 06:55
해외축구

[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축구가 미국에서 인기 없는 이유①

질문 1.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의심의 여지 없이 축구다. 질문 2. 그런데 축구는 왜 스포츠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인기가 없을까? 물론 축구는 근래에 들어 어린이, 청소년과 여성들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미국의 주요 스포츠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축구는 2012년 미국 남자, 여자 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팀 스포츠 1위와 3위에 각각 올랐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사커 맘(Soccer Mom)”이란 표현이 미국 영어에 있다. 이들은 도시 교외에 살고 있는 중산층 이상의 여성들로 자녀들의 뒷바라지에 헌신적이다. 사커 맘이란 용어도 미니밴이나 SUV를 몰고 학령기의 아이들을 축구 경기에 실어 나르는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Soccer is for sissies, kids and girls(축구는 계집애 같은 사내, 어린이와 소녀들을 위한 것이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축구는 미국에서 주류 스포츠가 되기에는 커다란 장벽이 있다. 여러분이 열렬한 스포츠 팬이라면 “왜 축구는 미국에서 인기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최소한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많이 궁금하지만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려운 이 주제. 같이 한번 파헤쳐 보자.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인 미식축구(NFL), 농구(NBA), 야구(MLB)와 아이스하키(NHL), 그리고 나스카(NASCAR, 자동차경주대회) 등이 이미 미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서 축구가 끼어들 틈이 별로 없다는 주장도 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국 특유의 문화 때문이다. 축구에는 미국인의 사회적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많은 측면이 있다. 첫째, 미국인은 무승부로 끝나는 경기를 혐오한다. 이를 반영하듯 NBA, MLB(악천후 등으로 인해 무승부로 끝날 때도 있으나,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와 NHL 경기에 무승부는 없다. 축구에는 동점으로 끝나는 경기가 얼마나 자주 나올까? 가장 인기있는 축구 리그인 프리미어리그(EPL)의 5시즌(2015/16~2019/20)을 살펴보면, 총 453경기가 무승부로 끝났다. 동점으로 끝나는 비율은 23.8%다. 같은 기간동안 전체 경기의 7%가 0-0 경기였다. 미국의 최상위 프로축구리그인 메이저리그사커(MLS)는 첫 시즌인 1996년 축구를 '미국화'하기 위해 아이스하키의 '페널티 슛아웃'과 비슷한 규칙을 도입했다. 동점으로 경기가 끝난 경우 승부를 가리기 위해 선수는 골대로부터 32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공을 드리블해 들어가 5초안에 슛을 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규칙은 기존 축구팬들의 반발을 불렀고, 결국 1999시즌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미국인들은 “모두가 이겼어(everybody wins)”나 “얘들아 다 잘했어(you’re all doing great, guys)” 같은 말은 재미로 하는 어린이들 경기에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프로 레벨의 경기에서 그들은 승부가 나야 직성이 풀린다. 미국 스포츠 문화에서 무승부는 “두 팀 다 잘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두 팀 다 졌다”로 해석된다. 팬들 입장에서도 2~3시간을 투자해서 경기를 봤는데 무승부로 끝난 경우, 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A tie is like kissing your sister(동점은 여자 형제와 키스하는 것과 같다)”라는 표현이 말해 주듯이 미국인들은 무승부를 싫어한다. 이런 미국인들에게 특히 0-0으로 끝나는 축구 경기는 악몽과 같다. 둘째, 미국인은 점수가 많이 나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미국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NFL의 경우 2020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이 49.6이었다. MLB도 지난 20년 동안 경기 당 평균 9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야구 경기의 특성상 관중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점수다. 그에 반해 2020/21시즌 EPL 경기당 평균 득점은 2.7에 불과했다. 따라서 축구는 1~2골만 지고 있어도 경기 막판에 역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막판에 극적인 역전승이 가능한 NBA나 MLB 등과 비교된다. 다득점 스포츠를 선호하는 것은 미국 문화 특유의 '큰 것에 대한 집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가진 넓은 국토만큼 그들은 큰 것을 선호한다. 큰 자동차, 넓은 거리, 높은 빌딩을 비롯해 미국에서 파는 스테이크, 햄버거도 정말 크다. 운동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성공하려면 키가 커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들은 사이즈에 집착한다. 미국 사회는 또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는 경제적 원칙을 중요시한다. 즉 미국인은 자신이 가진 제한적인 여가 시간을 가능한 최고로 즐기고자 한다. 따라서 그들은 2시간을 투자해서 겨우 2골 남짓 나오는 축구 경기에 매력을 못 느끼는 것이다. MLS는 골대를 넓혀 더 많은 골이 나오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셋째, 축구는 공정하게 시간 계산을 하지 않는다. 후반 정규시간이 끝날 때쯤 대기심이 보여주는 추가 시간은 언제나 3분이나 4분 같은 분 단위로만 주어진다. “정확하게 계산을 했을까?”라는 의심이 안 들 수 없다. 아울러 추가 시간 동안에도 부상, 골, 선수 교체 등의 변수는 계속 생겨, 정확히 언제 경기가 끝날 지 아는 사람은 주심밖에 없다. 복마전 같은 국제축구연맹(FIFA)처럼 축구의 시간 계산은 비밀스럽고 불투명하다. 축구는 가뜩이나 막판에 역전하기 어려운 경기인데, 팬들은 경기 휘슬마저 정확히 언제 울릴지 알 수 없다. 축구의 이러한 특성은 공정성과 극적인 역전 기회를 중요시하는 미국인들에게 어필하기 힘들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1.19 07:30
스포츠일반

김연경, "한일전 역전승...말로 표현할 수 없이 좋았다"

김연경(33, 중국 상하이)이 2020 도쿄올림픽 후 처음으로 스포츠 기자들과 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6일 화상 인터뷰로 진행된 김연경의 인터뷰에서 쉴새 없이 질문이 쏟아졌고, 김연경은 거침없는 달변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김연경은 지난달 끝난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배구 대표팀 주장으로 참가, 4강의 성적을 기록했다. 여자 배구는 메달 없이도 전국민적인 응원을 받았다. 김연경은 "음식점에서 내가 먹은 걸 팬이 계산해주신 적도 있다. '수고했다'고 하시더라"고 에피소드를 말했다. 도쿄올림픽 경기 중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경기로 역시 한일전을 꼽았다. 한국은 A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일본을 만나 세트스코어 3-2로 역전승했다. 김연경은 "역시 한일전이 가장 짜릿했다. 마지막 세트 12-14에서 역전승을 거둬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고, 기억이 많이 남는 것 같다"고 했다. 김연경은 '자신의 후계자를 꼽아달란 질문엔 "한 선수를 고르기 애매하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한국 배구를 이끌어갈 선수들이 있다. 모든 선수가 책임감을 갖고 더 크게 생각하고 준비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식빵 언니'란 별명이 있는 김연경은 최근 빵 브랜드 모델이 됐다. 그는 "드디어 찍게 됐다. 촬영이 힘들긴 했는데 곧 나온다. 스티커도 들어가니까 제 얼굴이 들어간 걸로 먹어달라"고 웃었다. 이은경 기자 2021.09.06 17:53
스포츠일반

“괜찮아, 내가 해결할게” 김연경이 만든 원팀 투혼

“괜찮아 괜찮아. 올려만 놔. 내가 해결할게. 가자.”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한국과 터키의 8강전 도중 김연경(33·상하이)은 상대의 목적타 집중 서브에 고전하던 박정아(28·도로공사)를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무거운 짐을 도맡아 짊어지겠다는 주장 김연경의 모습에 동료들은 더욱 힘을 냈다. 그들은 그렇게 ‘원팀’이 됐고,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벽을 넘었다. 한국이 여자배구 8강전에서 터키를 세트 스코어 3-2(17-25, 25-17, 28-26, 18-25, 15-13)로 물리쳤다. 세계 랭킹(한국 14위, 터키 4위)으로도, 역대 전적(한국 2승7패)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역전승이었다.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4강에 올랐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메달 도전도 이어간다. 김연경은 터키 배구와 인연이 깊다. 2011년부터 터키 여자배구 리그에서 활약했다. 게다가 이번 터키팀 선수 12명 중 11명을 팀 동료나 상대 팀 선수로 만난 경험이 있다. 김연경은 적장인 조반니 귀데티 터키 감독과도 터키 리그에서 뛸 때 수없이 만났다. 김연경은 상대를, 상대도 김연경을 서로서로 잘 알았다. 터키는 김연경 쪽으로 되도록 공을 보내지 않았고, 앞에는 높은 블로킹을 세웠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김연경은 양 팀을 합쳐 최다인 28득점(서브·블로킹 각 1득점 포함)을 올렸다. 공격만큼 빛났던 건 수비다. 김연경은 상대 서브 18개를 받았는데, 에러는 하나도 없었다. 또 상대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디그를 리베로(수비 전문) 오지영(33·GS칼텍스)보다 많은 16개나 기록했다. 이도희 전 현대건설 감독은 “김연경이 자신의 리시브 범위를 넓혔다. 공격 해결사 역할에 수비까지 다 해내고 있다”고 칭찬했다. 1세트를 내준 한국은 2, 3세트를 잇달아 따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결정적 순간 좋은 활약을 보인다고 해 별명이 ‘클러치 박’인 박정아가 김연경 다음으로 많은 16득점을 기록했다. 양효진(32·현대건설)은 블로킹 6개(11득점)로 상대의 공격 길목을 차단했다. 세터 염혜선(30·인삼공사)은 안정적인 토스워크와 강서브로 힘을 보탰다. 벤치에서 응원 목소리를 높이던 선수도 코트에 들어오면 제 몫 그 이상을 해냈다. 한국이 4세트를 내주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운명의 5세트. 중·후반까지 팽팽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한국이 9-10으로 뒤진 상황. 그때부터 코트는 김연경의 득점 독무대가 됐다. 10-10 동점을 만든 스파이크도, 13-10으로 달아나는 2연속 다이렉트 킬도, 매치 포인트(14-11)를 만든 공격도, 승부를 결정지은 마지막 스파이크도 모두 김연경 손끝에서 나왔다. 물론 김연경에게 연결되기까지 모든 선수가 한 발 더 뛰었고, 몸을 던져 공을 받아냈다. 한국은 이날 터키전까지 이번 대회 풀세트 승부(일본전,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모두 이겼다. 김연경은 그 비결로 ‘원팀’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그는 “(터키전) 4세트가 끝난 뒤 ‘우리가 5세트는 다 이겼다. 무조건 우리가 다 이길 거다’라고 선수들끼리 얘기했다. 자신감이 있었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주전인 이재영·다영 자매가 학교폭력 논란으로 빠져 전력 약화가 우려됐다. 주장 김연경은 그런 팀을 추스르며 이끌었다. 외국인 지도자인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및 코트 위 감독 역할을 했다. 김연경은 이날 판정에 항의하다가 두 차례 경고 받았다. 그는 “1세트부터 심판이 항의하면 그 뒤에는 콜을 불더라. 그래서 강하게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계산한 행동임을 공개했다. 김연경의 활약과 한국 여자배구의 선전에는 국내외에서 큰 관심과 칭찬이 이어졌다. 경기가 평일 오전 9시였는데, 터키전을 인터넷 중계한 ‘네이버’는 동시 접속자 140만 명(누적 720만 명)을 기록했다. 국제배구연맹(FIVB) 협력 매체인 ‘발리볼 월드’는 트위터에 ‘김연경은 10억분의 1의 별이라고 우리가 누누이 말했잖아’라고 적었다. 한때 김연경의 팀(터키 페네르바체) 동료였던 터키 대표팀 주장 에다 에르뎀도 자국 매체 인터뷰에서 “한국은 준결승에 오를 만한 자격이 된다. 준결승에 오른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33세 김연경에게 도쿄 올림픽은 선수로서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다. 끝날 뻔했던 그의 올림픽은 터키전 승리로 이제 두 경기가 더 늘어났다. 6일 준결승전(브라질)과 그 결과에 따라 결승전 또는 동메달 결정전(이상 8일)까지 두 경기다. ‘배구 여제’는 자신의 올림픽 끝을 무엇으로 마무리할까.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도쿄=박린 기자, 김효경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08.05 08:02
축구

K리그1에서 선제골과 전반전 리드의 효과는 얼마나 클까

축구는 득점이 적은 스포츠다. 먼저 득점을 한 팀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전반을 앞선 상태에서 후반전을 맞이한다면 승리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경기장 스코어보드에 표시된 숫자가 선수들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선제골을 넣은 경우의 승률부터 전반전에 뒤졌지만 후반전에 역전승을 가장 많이 거둔 팀까지, 2013년 이후 K리그1의 모든 경기를 대상으로 선제골 및 전반전 리드 상황과 승률의 관계를 살펴본다. (이하에서 승률은 무승부를 0.5승으로 계산) ▲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제골과 전반전 리드 승강제 출범 첫해인 2013년부터 2019년까지 K리그1에서는 총 1,634경기가 열렸다. 이 중 0:0으로 끝난 162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1,472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팀의 경기 결과는 985승 317무 170패로 승률은 무려 77.7%나 됐다. 전반전을 앞선 채 후반전을 맞이한 팀의 성적은 593승 162무 83패였으며, 승률은 80.4%로 더욱 높았다. ▲ 2013년 이후 5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전북, ‘선제골’ 관련 대부분 지표에서 1위 전북은 2013년 이후 7년간 치른 총 266경기 중 174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렸으며 이때 성적은 134승 34무 6패였다. 승률로 따지면 86.8%나 된다. 전반전을 리드한 채 후반전을 맞이한 경우엔 91승 13무 5패로 승률은 무려 89.4%다. 반대로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승률이 가장 높은 팀 역시 전북이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전북의 선제실점 시 승률은 39.7%로 2위인 서울(27.3%)보다 12.4%가 높다. 한편, 선제골을 넣고도 승률이 가장 낮은 팀은 대전이었다. 대전은 2013시즌과 2015시즌 총 76경기를 치렀고, 그중 선제골을 넣었던 26경기에서 10승 7무 9패를 거둬 51.9%의 승률을 기록했다. ▲ 뒤집기의 달인 서울과 강원 K리그1 총 1,634경기 중 득점이 터진 1,472경기에서 전반전을 뒤진 채 후반을 맞이한 팀이 역전승을 거둔 적은 83번뿐이다. 후반 역전 경기가 가장 많았던 팀은 서울로 총 49경기 중 10승 5무 34패다. 서울이 후반에 경기를 뒤집은 경기 중 인상 깊었던 경기는 2018시즌 23라운드 수원과의 슈퍼매치다. 광복절에 열린 슈퍼매치에서 서울은 전반 4분 데얀에게 선제골을 내주었지만, 후반 4분 고요한, 그리고 종료 직전 안델손의 극장골까지 터지며 2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단일시즌으로 보면 강원이 지난 시즌 네 번으로 가장 많았다. 강원은 작년 0대4를 5대4로 뒤집은 포항과의 17라운드와 바로 이어진 18라운드 인천전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뒀고, 21라운드 경남, 34라운드 서울전에서 후반 뒤집기를 성공시켰다. ▲ 단일시즌으로는 2017년 포항이 눈에 띄어 2017시즌 포항은 선제 득점 시 무패, 전반 리드 시 반드시 승리한다는 승리공식을 세웠다. 포항은 2017년에 선제골을 넣은 14경기에서 12승 2무로 패배한 적이 없으며 승률은 92.9%였고, 전반전을 앞섰던 9경기 모두 승리했다. 당시 포항은 강상우, 김광석, 배슬기, 권완규로 이어지는 탄탄한 수비라인과 양동현, 룰리냐가 각각 19골, 17골을 터뜨리며 포항의 공격을 이끌었다. 최용재 기자 2020.04.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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